개는 진짜 왠만한 각오없이 키워선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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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오의계란볶음밥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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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본가에 개 두 마리 키웠음.
첫째는 13살, 둘째는 5살인데 진짜 자매처럼 잘 지냈음.

첫째가 큰 개라서 둘째가 장난치면 다 받아주고,
여긴 북미라 가끔 독수리가 작은 개 노릴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첫째가 둘째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지켜줬고 무튼 듬직하고 착한개였음 ㅎㅎ

근데 두달전인가 첫째가 바이러스 같은 거 걸려서 좀 아프다가 결국 2주전쯤 안락사하게 됨.
내가 대딩 때 아부지가 데려온 개라 내 결혼부터 애 둘 태어나는 것까지 다 봤고 진짜 추억이 아주 많았음.

안락사하는데 까지 가족들이 같이가서 잠드는 주사 놓는거만 보고 그이상은 못보겠어서 밖으로 나왔는데
가족들도 각자 첫째랑의 추억이 많아서
누구라도 말 꺼내면 울음 나올 분위기였음 ..ㅠ
와이프는 울음 못 참고 잠깐 피해있고
아버지, 어머니, 동생도 다 조용히 있었음.
전에 “각자 추억을 회상하며 다들 심적으로 괜찮아졌을 때 웃으면서 얘기하자”라고 해둬서
그냥 각자 울음 참고 태연한 척했음.

그러다 1주일쯤 지나서 가족들 다시 모였는데
둘째 개가 계속 시무룩하고 밥도 잘 안 먹고 그래서
‘얘도 슬픈가 보다…’ 하고 다들 챙겨줬음.

그렇게 모여서 가족끼리 밥 먹는데
딸이 다먹고 아버지 방에 들어가서 첫째 목에 달려있던 방울 때논거를 막 흔들어서 방울 소리가 막 났음.
그 소리 듣자마자 시무룩하던 둘째가 갑자기 뛰어와서
첫째가 돌아온 줄 알고 완전 들떠서는 짖고 꼬리흔들고 난리가 남.
근데 곧 아니란 걸 알고 다시 축 처짐…

그 장면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들이 말없이 동시에 보고
바로 말없이 엄마, 동생, 와이프 전부 바로 일어나서
방이랑 화장실로 뿔뿔이 흩어짐 ㅠㅠ

아들딸은 어려서 무슨 일인지 모르고 어리둥절해 있고
나는 챙기면서 눈물 참느라 진짜 힘들었음…

정말 착하고 똑똑했고 추억도 너무 많은 개였는데
솔직히 다시는 개 못 키울 것 같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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