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흔들리지 않던, 위대한 여정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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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서사에는 위대한 마무리가 있다. 결말이 흔들리는 이야기는 아무리 찬란한 서막을 가졌어도 완전해질 수 없다.
야구 역시 그렇다. 마무리가 흔들리는 팀은 결코 위대한 역사를 써내려갈 수 없다.
한국 야구사에서 ‘마무리’라는 단어에 가장 완벽하게 맞닿아 있는 이름이 있다. 바로 ‘끝판대장’ 오승환이다.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돌직구’로 타자를 압도한다. 그의 등판은 경기의 종결을 의미했다.
수많은 세이브로 찬란한 왕조의 역사를 지켜낸 위대한 투수가 자신의 경력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승환의 은퇴는 단순히 한 선수의 퇴장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각인된 한 시대의 종언이다.
0. 여정의 시작
오승환에게 야구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처럼 주어진 길이 아니었다. 초등학교때까지 야구장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을 만큼,
야구와는 무관한 소년이었다. 운동신경을 눈여겨 본 담임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지만, 남들보다 늦은 출발 탓에
실수가 잦았고, "쟤 때문에 경기를 진다"는 학부모들의 불평을 듣기도 했다.
고교 시절 강속구를 뿌리며 이름을 알렸지만, 경기고에서 심각한 허리 부상으로 프로에 미지명 되었다.
절치부심 끝에 진학한 단국대에서도 팔꿈치 부상으로 길고 긴 수술과 재활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마침내 복귀한 3학년 시즌, 단국대를 이끌고 양대 리그를 석권하며 비로소 자신을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여전히 세간의 의구심은 존재했다. 내구성과 특이한 투구폼에 대한 우려로 lg와 한화는 지명을 망설였고,
우여곡절 끝에 2차 1라운드 5순위로 삼성에 입단한다. (6번은 kia 윤석민, 7번은 sk 정근우)
1. 리그를 지배한 ‘신’인 마무리
그러나 프로 무대는 오승환에게 시험대가 아니었다. 신인이었지만, 예전부터 이곳을 지배해온 듯 리그를 압도했다.
데뷔 시즌인 2005년, 그는 불펜의 ‘애니콜’로 활약하며 KBO 역대 최초 “10승–10홀드–10세이브”라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 1승 2세이브로 맹활약하며 신인왕과 KS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데뷔였다.
이듬해에는 무려 47세이브를 기록하며 단일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ERA 1.59였지만 FIP는 0.61에 불과할 정도로 불운한 시즌이었다)
07년에도 40세이브를 기록하며 KBO 최초로 2시즌 연속 40세이브를 돌파, 명실상부 리그 최강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09~10시즌 연이은 부상에 시달리며 오승환은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는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부상이 있을때마다 누구보다 지독하게 몸을 단련하며, 꺾이지 않는 의지로 복귀를 준비했다.
2. 찬란한 왕조의 중심에 서다
마침내 복귀한 2011년, 오승환은 '54경기 47세이브 ERA 0.63'을 기록하며 무결점이 되어 돌아왔다. 8회까지 삼성에게 리드를 빼앗긴 상대팀들은 미리 짐을 싸기 바빴다.
결국 코리안 시리즈까지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삼성은 찬란한 왕조의 포문을 열었다.
이듬해인 12년과 13년에도 모두 '1패 이하, 1점대 ERA'를 기록했고, 특히 치열했던 두산과의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3세이브를 기록하며 왕조를 수호했다. 오승환은 9회를 침묵의 시간으로 바꿨고, 끝판대장이라는 별명은 더 이상
수식어가 아닌 그의 또다른 이름이 되었다.
3. 해외로 간 돌부처
KBO가 비좁았던 오승환은 2014년 일본의 명문 한신으로 향한다. 당시 일본 언론은 KBO 출신 마무리에 회의적이었지만,
첫 시즌부터 39세이브로 세이브왕에 오르며 모든 의심을 지워냈다. 특히 숙적 요미우리와의 시리즈에서 전 경기 등판해
4경기 3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 팬들 앞에서도 ‘신(神)’으로 군림했다.
그리고 2016년, 오승환은 마침내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입성한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셋업맨으로 출발했지만, 금새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전설적인 포수 몰리나의 리드와 함께 꽂히는 돌직구에 MLB 타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79이닝 6승 19세이브 ERA 1.92’ 이는 02 김병현 이후 한국인 불펜투수가 기록한 최고의 시즌이다.
이후 콜로라도로 트레이드되며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 필드’에 입성했지만, 가을야구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했다.
그의 해외 여정은, ‘FINAL BOSS’라는 별명이 세계 무대에서도 유효함을 증명한 순간들이었다.
4. 사자 둥지로의 복귀
최고의 마무리는 자신을 키운 곳을 잊지 않았고 2020년 삼성으로 전격 복귀한다.
재활의 부침을 겪고 선 2021시즌, 오승환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한다.
오승환은 2021년 무려 '62이닝 44세이브 ERA 2.0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령 40세이브를 달성한다다.
당해 삼성은 KT와의 타이브레이크에서 패배하며 우승을 놓쳤지만 돌부처의 마지막 불꽃은 뜨겁고 강렬했다.
이후에도 30세이브를 꾸준히 기록하며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kbo 400세이브'라는 전무후무한 마일스톤들을 달성,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웠다. 그러나 24년 부진과 함께 2025년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는
결국 자신이 시작한 곳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다.
가장 완벽한 마무리
한 시대의 가장 완벽한 마무리가 정든 마운드를 떠난다. 세월과 리그를 넘어 쌓아 올린 기록들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팬들의 기억 속 깊이 자리한 상징이 되었다. 돌부처처럼 흔들림 없는 자세로 늘 경기의 문을 닫았던 오승환은, 이제
자신의 커리어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그의 위대한 여정은 그 자체로 영원히 기억될 완벽한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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