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인문계 나온 26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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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문대 물류학과 졸업생입니다.. 어릴때부터 공부는 엄청나게 하기 싫어했고 대학교도 대충 취업 될만한곳 아무데나 갔습니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람인 뒤적거리다 집근처 물류센터에서 배차관리직 모집하길래 들어가보니 중견기업 사무직인데도 학력무관 경력무관이더라구요


저는 고민할거 없이 바로 지원을 했는데 지원한지 1시간만에 연락와서 모레 면접 가능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뭔 중견기업 서류통과가 이리 쉽냐...? 하면서 좋다고 갔는데 면접도 제가 생각한 면접이랑 달랐습니다 그냥 편의점 알바 수준..?


저는 이게 맞나 하고 집갔는데 다음날에 다음주 월요일에 출근하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화 지원 목 면접 금 합격통보 다음주 월요일 출근..


지금이야 이상하다 생각하고 안갔을거 같은데 그때는 와 중견합격 ㄷㄷ 하면서 좋다고 출근 했네요 ㅋㅋㅋ


그런데 첫출근날에 야간 팀장한테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면접때나 사람인에서 본 근무조건은 15시 출근 00시 퇴근, 주6일 근무도 한 달에 두번정도 하는 걸로 알고갔는데  주6일 15시출근 02시 퇴근 고정에 공휴일도 다 나오는 거라고 말해주더라구요 ㅋㅋㅋ


여기서 아무것도 모르던 좆밥 초년생인 저도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이 왔지만 다들 도망가서 나이어린 스펙없고 경력도 없는 좆밥인 나한테까지 눈을 낮춘거구나..


말을 듣는순간 멘탈 나가서 진지하게 도망갈까 생각했는데 팀장님이 말하더라구요


여기 추가수당 많이줘서 세후로 월에 400은 벌고 상여금도 나쁘지않게 챙겨주니까 1년만 돈 모은다 생각하고 다녀보라고


저는 곰곰히 생각하다 속으로 시발 그래 내가 지금 아무것도 없는데 중견 스타트 할 기회가 있겠냐 경력 쌓을겸 1년 고생하고 돈도 땡겨서 나가자 라는 생각으로 다니기 시작했는데 상상이상으로 빡셌습니다 ㅋㅋㅋ


일도 관리직이라 스트레스 엄청 받고 여기서 욕먹고 저기서 욕먹고 기사들이랑  엄청 싸우고 전산으로도 할거많아서 15시에 출근하면 00시 정도에나 일 다 끝나서 그때 컵라면 하나 먹고..


이걸 주 6일에 명절 당일, 크리스마스, 새해 빼고 공휴일 다 출근하면서 했습니다..


올해 설 연휴가 길었는데 물량 처리해야된다고 주7일 출근도 2주 정도 했었네요..


그냥 사무실판 원양어선.. 하루에도 수십번씩 도망갈까 생각이 들고 출근할려고 집 나갈때면 한숨 10분, 욕 20분은 한거 같네요 ㅋㅋㅋ


근데 돈은 진짜 많이 주긴 하더라구요 최소 380에 많을때는 410까지 통장에 꽃혔고 상여금도 1년에 8-900 받은거 같습니다


업무도 sap이랑 엑셀만 사용해서 실무 경험도 많이 쌓을수 있었구요


그렇게 월급날만 기다리며 한달 한달 버티다보니 1년을 채웠고, 채우자마자 바로 도망갔습니다 ㅋㅋㅋ 야간팀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살짝 고민은 했지만 더이상 할 멘탈이 아니었던거 같네요..


퇴사하고 한 3개월 여행 다니면서 놀다가 집근처 자재관리쪽에 괜찮은 중소 있길래 별 기대없이 지원했는데 일주일뒤에도 연락이 안와 포기할려던 찰나 면접오라고 연락 오더라구요 ㅋㅋ


신나게 면접 가보니까 전회사 경력을 진짜 좋게 봐주셨습니다


특히 25살에 주6일 일하고 기사들 상대하고 이런거..


면접도 뭐 되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봤는데 끝날때쯤 면접관님이 자소서랑 경력 보니까 무조건 성실할거 같고 마인드도 되게 좋을거 같아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면접 불렀는데 


실제로 얘기해보니 자기 예상보다 더 마인드랑 성실성이 좋은 사람이라서 같이 일하면 너무 좋을거 같다 이런식으로 말하셨습니다 ㄷㄷ


저는 여기서 벙쪄서 하하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니까


면접관님이 웃으시면서  원래 최종 합격자는 다른 지원자들도 있어서 회의한 뒤에 최소 3일뒤에 연락 드리는데 면접때 합격 통보는 저도 처음이네요 ㅎㅎ 

다음주 월요일 쯤에 인사팀에서 연락 갈거에요 그때 자세한 일정 알려줄거니까 출근 준비 잘하세요~ 하고 면접이 끝났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진짜 월요일에 연락와서 수요일에 출근하라고 연락왔네요 ㄷㄷ


30년 넘은 200명대 제법 규모있는 중소기업에 꾸준히 우상향중이고 위치나 복지도 좋은 회사라  지원자도 많았는데 이렇게 합격하니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렇게 현재 1개월째 다니고 있는데 처음엔 재고관리라 해서 빡셀줄 알고 걱정을 좀 했지만 선임분들이 잘 알려주시기도 하고 erp랑 액셀을 많이 쓰다보니 경력에도 도움될거 같아서 아주 만족스럽게 적응하며 잘 다니고 있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선임분들 보면 정년 끝나도 계약직으로 다니는 분들도 계시고 3-40대 선임분들도 연봉협상도 후하게 잘해주고 자잘한 복지가 많아서 다들 큰 불만없이 다니시는거 보고 진짜 안심되더라구요 ..ㅎㅎ


업무는 몸쓰는거 거의 없는 사무직에 세후 250 8 to 5, 일 널널해서 웬만하면 칼퇴하고 야근 한다쳐도 한시간정도 하고 수당 잘 쳐줘서 너무너무 만족합니다.. 전 회사랑 비교했을때 역체감이 말이 안되네요.. ㅋㅋ


무엇보다 제일 맘에드는게 구내식당.. 


맛도 너무 좋고 점심, 저녁 무료제공에 일반식이랑 샐러드 고를수 있고 바리스타분이 있는 공짜 구내카페도 있어서 행복합니다..


 대학교 졸업할때쯤에 솔직히 미래 걱정도 많이 되었고 공부를 안한 제 자신을 후회했지만 전공 살려서 이렇게 지내고 있다는게 너무 다행입니다..


고생은 많이 하긴 했지만 처음 직장 아니었으면 제가 지금 뭘 하고 있었을지 도저히 상상이 안갑니다.. 


불만은 많았지만 무경력 무스펙인 저에게 사회에서의 첫 발판을 마련해준 전 회사가 너무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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