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야구를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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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곡존도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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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가 돌아가셨다.. 평소에 술을 정말 좋아하셨는데 주말에 술 먹고 쓰러지셨다고 전화가 왔고, 다음 날 급사하셨단다...
사실 나는 작년 가을에 아부지의 거짓말에 화가 났었고, 그렇게 싸우고 화해도 못하고 연락도 안하면서 떨어져서 살았다.
그러면서 지냈는데 지난 주 주말에 아부지가 돌아가셨고.. 그리고 난 정말 바보같은 놈이다.
발인이 끝나고 유품정리를 하는데 아직 남아 있던 일기 두권과 아버지의 일지들을 찾았다.
아부지는 늘 일기를 쓰고 계셨고 나에겐 이젠 두권 밖에 안 남았던 거였다.
일기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노력하려는 아부지의 모습이 있었다. 그랬던 아부지는 내가 아직 어릴 때 이혼을 한 이후로 점점 무너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부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까진...
그렇게 세월이 계속 흘러 갔지만 아부지는 인정 받지 못하는 자신의 인생이 점점 원망스러워만 갔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모든 걸 내려놓으시고 포기한 채로 그저 자기 자신만 웟망하며 살아갈 뿐이었다. 정말 미련한 사람이다.
일기에서 마저 남탓도 제대로 못하고 술로 이겨내려 했던 미련한 사람.
하지만 그런 미련한 사람도 끝내 죽지 않고 버텨내려고 했던 게 자식인 나였었다.
형제, 친척 누구에게도 인정 받지 못한다며 모든 걸 내려놓았던 사람이 그래도 끝까지 버텨내려던 게 나때문이었다.
난 왜 몰랐을까.. 바보같다.
그냥 연락 한번 했으면 되는 건데 미련한 건 아빠가 아니었다.
나였다. 바보같은 놈. 내가 포기해서 아빠가 날 떠나 버린 거였다. 아빠는 늘 날 걱정하고 생각하고 아껴주려고 했었는데.. 난 한심한 놈이다.
남은 거라고는 이제 일기 두권과 일지와 사진들 뿐이다.
아빠.. 안녕, 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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