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 30대 중반 아지매, 인생 게임 TOP 10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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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슐리강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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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스킵가능)



글쓴이 35살 아지매


페르시아의 왕자로 스타트를 끊은 후 게임인생만 30년차


스팀 가을세일 막차버스 타고싶어서 게임 열심히 검색하다가

옛날에 재미있게 했던 게임들 찾아보게 되고
"그 게임 좋았지.. 이래서 저래서 좋았지" 생각들이 나더라고


인생게임 TOP10 리스트 한번 작성해봄




1. 본 리스트는 글쓴이의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오픈월드, 스토리, 세계관 좋아합니다 용빠입니다


2. 본 글은 글쓴이의 TMI와 추억팔이가 많아 스크롤 압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3. 훈수, 토론, 게임 추천 적극 환영합니다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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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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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발매된 판타지 RPG 고전명작이야


- 당시로 기준으로는 빼어난 그래픽


- 하이 판타지이면서도 톨킨 레전다리움이나 D&D와는 차별점을 두었던 탄탄한 독자적 세계관


- 설득력있는 스토리와 선택지


-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동료들과 그를 받혀주는 성우들의 열연


-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캐릭터이 운명이 바뀌기도 하고

연인이나 죽마고우가 될 수도, 원수가 되어 적 편에서 싸우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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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드래곤 에이지를 클리어하고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당시 연애하던 동료가 죽는 엔딩을 봐서 화나있었다 ㅋㅋㅋㅋ)


사실 최근에 나온 발더스 게이트 3가

드에의 완벽한 상휘호환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당시에 너무 재미있게 플레이했고

"나는 판타지, 오픈월드, 스토리가 좋은 RPG 게임이 취향이구나"

게이머로서의 정체성을 확신시켜준 게임이어서.


여전히 인생 게임으로 뽑을 만 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재미있었던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가 베일가드가 무한 연기되면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줄이야.. 후후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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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어쎄씬 크리드 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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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쎄씬 크리드의 초반 작품이자 시리즈를 명반에 올려놓은 작품.


중세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잘 살려서 몰입감이 엄청났음

르네상스 스타일 건물들 위를 파쿠르로 뛰어다닐 때,

혹은 성당 꼭대기에서 지상으로 자유낙하할 때

정말 내가 르네상스의 에지오가 된 착각에 빠지고는 했음


+ OST 최고 존엄



https://www.youtube.com/watch?v=FSVHx23ByhM



사실 그래픽, 자유도, 액션 면에서는

오리진이나 오딧세이나.. 블랙 플래그나

다른 최신 유비소프트 어쎼씬 크리드 게임들이

당연히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내가 어크2를 인생 게임에 넣는 이유는


어쎄씬 크리드보다 그래픽이나 자유도가 더 좋은 게임은 세상에 많지만,

어쌔신 크리드 2보다다 ‘어쌔신 크리드다운’ 게임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추억보정도 있을거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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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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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더스 게이트 1의 인피니트 엔진을 사용한

D&D TRPG.. 는 맞는데

전투는 거의 걷어내고 대화에 몰빵한 게임이야


실제로 게임 분량의 대부분이 대화와 선택지이기 때문에

TPRG보다는 어드벤쳐 게임에 가깝다고 생각해 ㅋㅋㅋㅋ



- 주인공 "무명"은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로, 자신의 과거를 찾고 있음


- 주인공은 혼돈, 질서, 선, 악 등 다양한 성향으로 롤플레이 할 수 있음


- 8명의 동료 캐릭터들 역시 저마다의 사연과 갈등이 있어서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동료들의 스토리를 완성할 수 있음


- 주인공의 과거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 인간의 본성 등 다양한 철학적 주제를 던져주고

그 끝에 여운이 남는 엔딩을 제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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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_RPG_게임의_선택지. JPG)


디스코 엘리시움도 그렇고 플레인스케이프도 그렇고

액션, 전략 등 우리가 익숙한 게임 요소들이 적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걸 기존 장르가 아닌 순수히 "스토리텔링 RPG"로 접근한다면,

그리고 취향에 맞는다면?

지금이라도 나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은 "선택"과 “자유도”를 매개체로 하기에,

정적인 매체인 영화나 책은 구현할 수 없는,

오직 "게임이기에 가능한" 스토리텔링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플레인스케이프와 디스코 엘리시움이

그 스토리텔링을 극한까지 시도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런 시도는 나왔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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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Heroes of Might and Magic III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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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인기가 많았던 턴제 판타지 전략게임



20년 전, 글쓴이가 고등학생이었을 당시에..

글쓴이의 학업을 걱정하신 부모님은

“컴퓨터 게임은 주말에, 점심 전에만!" 라고 하셨어


그래서 글쓴이는 토요일만 되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HOMM3를 달렸음 ㅋㅋㅋㅋ

부모님이 일어나시면 방금 일어난 척 한건 덤



아무튼 학창 시절 열심히 했던 게임이야

심지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손이 가



https://www.youtube.com/watch?v=GSwATqPUsv0

(환청으로 체인 라이트닝 소리가 들리는 마법의 브금)



도트 그래픽은 지금 봐도 미려하고,

OST는 역사상 최고 게임 OST 중 하나로 평가받고.

플레이할 수 있는 진영은 8개나 되는데..

엘프 인간 악마 지니.. 진영 하나하나가 너무 개성있어서

돌아가면서 하다 보면 전혀 질리지가 않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밌어 ㅋㅋㅋㅋㅋ



글쓴이도 왜 그런지 설명을 잘 못하겠다

그냥 직관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잘 뽑힌 명작 전략 게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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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할로우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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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배니아 게임, 그런데 소울라이크 요소도 들어 있는.


할로우 나이트는 탐험형 메트로베니아가 "명작"이 되기 위한

모든 요소를 충족했다고 생각함


- 깔끔한 카툰 그래픽

- 넓은 맵 + 탐험욕구를 자극시키는 다양한 탐험 요소

- 액션감, 타격감 10/10

- 다양한 전략과 빌드를

- 공략 욕구를 자극하는 적과 보스들



글쓴이는 메트로배니아가 생소한데도 재미있게 했고

똥손인 나도 타격감이나 액션을 정말 잘 만들었다고 느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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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유들 때문에 객관적으로도 명작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덧붙여 할로우 나이트가 내게 "인생 게임" 이었던 이유는

할로우 나이트만의 분위기였던 것 같아


항시 내리는 먼지, 회색 색감

공기는 쓸쓸하고 따뜻하고

그래픽, 사운드, 맵 설계 등 모든 것이 합쳐져서


가 보지도 못한 장소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달까




뭐라 써야할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내가 표현력이 부족하다


아무튼 분위기 개취였다고 함


한줄요약: 웰메이드 횡스크롤러, 웰메이드 게임. 그래서 후속작 실크송 언제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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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명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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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3: 패키지로 사서 열심히 했다

문명 4: 이거 한다고 대학 강의 빼먹고는 했다

문명 5: 이거 한다고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었다

문명 6: 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다시 문명 5로 회귀.

문명 7: 한 2년후에 DLC 다 나오면 찍먹해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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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제일 최근에 한 문명5판. 도시국가가 수도 잡아먹어서 신기해서 찍어봤음)



글쓴이는 문명 5에 4000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박았고

장점과 단점을 까먹어버릴 정도로 너무 많이 해서 내릴 평가가 없

아 진짜 이 게임이 왜 재밌는지 나도 모르겠어 ㅋㅋㅋㅋ

근데 심지어 최근에도 자주 했어

신난이도 페트라 러쉬에 빠졌어가지고


수려한 OST와 사운드 이펙트,

역사와 인류학 요소들을 게임에 잘 녹여냄, 

과학적일 정도로 직관적인 UI와 그래픽,

그럼에도 파고 들 요소가 충분함,

불가사의 완성이나 도시 건설 등의 이벤트가 주는 성취감


잘 만든 게임인 걸 확실해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절대적인 중독성이 있단 말이지


아무튼 문명은 차마 추천해줄 수가 없다


글쓴이도 가끔 내가 문명을 안 했으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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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포켓몬 금/은/크리스탈 (1999)


포켓몬의 인기가 절정일 때 게임보이로 한 포켓몬 실버 (2세대)


나중에 3세대도 하고 4세대도 하고 그랬는데

내게는 2세대가 제일 감명깊게 플레이한 포켓몬 게임으로 남아있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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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RPG 자체를 포켓몬으로 입문했는데


당시(2000년대) 인터넷이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어

공략을 검색해서 찾아본다는 개념이 그때는 생소했음


그러니까 진짜 "내" 모험이었던 거지


진행이 막힐 때마다 맵을 뒤지고 구석구석 찾아다녀야 했어

원하는 포켓몬이 있으면 발로 뛰면서 찾아다녔어

체육관 리더도 레벨 노가다해 오는 무식한 방법으로 깼고 ㅎㅎ


근데 그만큼 더 설레더라


처음으로 낛시대를 잡았을 때, 포켓몬 교배하는 법을 알아냈을 때

파도타기를 배워 새로운 길을 개척했을 때

온전히 내 힘으로 발견했기에 더 큰 성취감이 있었고


체육관의 밀탱크를 쓰러트렸을 때는 뛸 듯이 기뻤어


야생에서 처음 보는 포켓몬을 조우하면 공을 들여서 포획하고

학교에 게임보이를 들고 가서 친구들과 자랑하고 비교하고는 했어


https://www.youtube.com/watch?v=Jpdy9pZyGH4&ab_channel=SupaBilly


사천왕 클리어 이후 갑자기 관동지방이 해금되는 것도 신선했고


관동지방 최종 보스로 레드가 등장하는 것도

공략이 없던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엄청난 반전이었어





내겐 다 처음이었어서.

그리고 원래 처음이 제일 설레잖아.





한줄요약: 추억보정. 내게 “모험의 즐거움”을 처음 가르쳐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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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 스카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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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오픈월드가 흔하지만

2006년 당시에는 이 게임이 구현한

자유도와 스케일은 가히 혁신적이었어


처음 오블리비언을 플레이했을 때

지평선 멀리 보이는 저 눈 덮인 산이

게임의 배경 그래픽이 아니라,

걷다보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는 지형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엄습한 엄청난 흥분과 충격이 아직도 생생해


그리고 그 충격은 몰입감으로 이어졌고


스카이림에 1000시간을 박았는데 정작 엔딩을 못 봤네

산 타고 서브퀘 하고 무두질 한다고 바빠가지고..

(그런데 나만 그런거 아니자너.. 다들 스카이림 엔딩 못봤잖아..)



image.png [LIST] 30대 중반 아지매, 인생 게임 TOP 10 푼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첫 마을인 리버우드에서 이미 바이킹의 삶 몰입 완료)


사실 글을 쓰면서 궁금증이 들었어

스카이림 갓겜인거 다들 알잖아


근데.. "스카이림은 왜 갓겜일까?"


버그 투성이에 액션도 최악이고 메인 스토리도 빈약한 스카이림이

왜 RPG의 절대적 척도가 되었고,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지금도 AAA게임들이 오픈월드와 자유도에 매달리게 만들까?


그래서 고민하다가 내린 가설이 있는데




"RPG의 제일 원초적 미덕은 "몰입감"이고

이 몰입감은 스케일, 자유도, 디테일에서 기인한다"




나는 게임이 <진행에 방해되니까 여기 가지 마, 이거 하지 마!>

이렇게 나를 제한하려 들 때 몰입이 확 깨

맵 테두리가 막혀있거나.. 상식적으로 당연한 선택지가 없거나..

그러니까 "스케일"이 클수록, "자유도"가 높을수록

몰입을 더 깊이 유지할 수 있겠지


그리고 "디테일"이라고 함은

몰입할 세계가 얼마나 현실적으로 구현되었는가,

작게 보면 사소한 디테일, 오브제 배치, 세계관 반영 등

넓게 보면 그래픽이 얼마나 리얼하고 가상 세계를 잘 살렸는지,

성우들이 얼마나 생동감 있게 연기를 했는지..


몰입감이 가능한 영역을 직사각형이라고 가정해서

스케일이 넓이, 자유도가 높이라고 하면

디테일은 이 제곱미터가 얼마나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가.

라구 생각해



그래서 위의 가설대로라면


스카이림은 이례적인 스케일, 자유도, 디테일을 한꺼번에 제공함으로서


RPG, 나아가서 게임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몰입감을 구현한 게 아닐까?



https://www.youtube.com/watch?v=LY41Q1FYokQ



엘더스크롤 OST은 명반이라고 생각해서 가끔 찾아서 듣는데


들으면 게임을 했던 당시의 추억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가.

그런데 큰 보스를 잡았을 때나 엔딩보다는

사소하게 몰입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퀘스트를 완료하러 마커를 따라 설산을 올라가다가

Secunda 브금이 깔림과 동시에

눈앞에 펼쳐진 경치에 잠시 넋을 놓은 순간들.


내가 게임에 온전히 몰입했던 순간들.




한줄요약: 오픈월드의 교과서. 이세계 시뮬레이터 GOAT.


그런데 베데스다가 엘더스크롤6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나 무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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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쳐 3

image.png [LIST] 30대 중반 아지매, 인생 게임 TOP 10 푼다


글쓴이는 사실은 위쳐3가 재미없을 줄 알았어

액면만 봐서는 흰머리 주인공이 붕쯔붕쯔 괴물잡는 액션RPG인줄 알아가지고..

그래서 스팀에 모셔만 놓고 한 4년 묵혀놨었는데


심심했던 2024 어느 봄날 게임불감증에 몸서리치다

이거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위쳐3를 설치하게 되고..


피의 남작 퀘스트 끝나자마자

바로 폴란드 방향으로 사죄의 절을 세 번 올리면서

그대로 하루에 10시간 찍으면서 2주만에 본편을 클리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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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 세계에 옳은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를 너무나도 강렬하게 각인시켜준 피의 남작 퀘스트)



사실 위쳐3는 워낙 많이 회자되서

내가 무슨 말을 덧붙이겠나 싶음.


제일 큰 단점으로 붕쯔붕쯔 액션을 꼽는데

나야 뭐 액션게이머가 아니라 스토리 보느라 정신없어서 상관없었고

궨트도 호불호 갈리는데

나는 궨트 스킵하는 모드 깔고 플레이했거든.. 스토리 보느라 정신없어서..




아무튼 정말 장점이 많은 게임이야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위쳐3의와 다른 AAA 게임들의 제일 큰 차별점은

"개인 서사의 몰입도"이지 않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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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롤트 센세.. 그곳에선 행복하십니까?)



드래곤 에이지, 발더스 게이트3, 스카이림의 주인공은

 "백지에서 시작하는 존재"야

외모와 성별과 출신부터, 가치관과 행보와 서사까지.

플레이어가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존재야

그만큼 몰입하기도 쉽지


반대로, 위쳐3의 주인공 "게롤트"는 이미 존재해왔던 인물이야


예니퍼, 트리스, 단델라이언, 졸탄, 베스미어 등 등장인물들과

아주아주 구체적인 과거와 서사가 존재하고

가치관이나 성격도 이미 잡혀있어


이런 주인공을 살아 숨쉬게 만들고,

나아가서 플레이어 자신이 이입하게 만드는 건

"내가 만든" 주인공에 이입하게 만드는 것 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위쳐3는 나를 그런 게롤트에 이입하게 만들어




이때까지 게롤드카 겪은 풍파와 희노애락이 내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마치 예니퍼와 트리스를 내가 사랑했던 것처럼,


마치 시리를 내가 그리워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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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3 스포일러 주의)


나는 당시에 하루에 플탐 12시간씩 찍으면서

몰아치듯 한 호흡만에 본편 엔딩을 봤었어

시리를 고명딸로 아끼는 게롤트에 이입해서 내린 일련의 선택들 끝에

"황제 엔딩"이라고 불리는 특정 엔딩을 보게 됐는데..

이게 대의를 위해 시리와 헤어지는 엔딩인거야 ㅇㅁㅇ!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


바로 게임을 끄고,

플레이 중에는 기피했었던 선택지 관련 공략을 일일히 읽고,

다른 엔딩들을 찾아보며


이렇게 힘들었고 처절했고 노력했는데

시리와 헤어져서 이런 상실감을 또 느껴야 하고, 이게 엔딩이라고?

그럼 위쳐 시리 엔딩이 해피엔딩인가?

그것이 해피엔딩이라 한들, 내가 지금 게임을 다시 플레이해서 미래를 바꾼다 한들

그건 "내가 과몰입했고 선택했던" 진짜 게롤트와 시리가 아니잖아?

현재 시리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내가 게롤트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진엔딩일까?

케어 모헨에서 시리와 눈싸움을 하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

그땐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즐거웠는데..




새벽 6시에 나름 심각하게 오만 고민을 다 했음


...그만큼 시리 아버님 게롤트에 몰입하셨다는 거지 ㅎㅎ



image.png [LIST] 30대 중반 아지매, 인생 게임 TOP 10 푼다


마음을 추스리고 위쳐3를 다시 켰을 때

텅 빈 케어 모헨을 마주했을 때의 그 공허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 공허함은 나중에 블러드 앤 와인 DLC를 하면서 치유되었어)




세계관 자체게 가장 몰입했던 게임이 스카이림이었다면

개인의 서사에 가정 몰입했던 게임은 위쳐3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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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더스 게이트 3


image.png [LIST] 30대 중반 아지매, 인생 게임 TOP 10 푼다
(정실은 비승천 아스타리온이다. 반박안받음)



미친 게임

위대한 게임

변태스러운 게임

21세기 최고의 게임

앞으로 나올 모든 게임의 척도



발더스 게이트 3는..

솔직히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 게임은 아니야

(포털 2라던가 스탠리 파라블이라던가)


다만 발더스 게이트는

이때까지 나온 잘 만든 RPG 게임들을 모두 차용했고


그걸 아아아아주 크게 아아아아주 잘 만들었어

상식을 벗어난 정도여서 "미쳤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아까 스카이림 이야기할 때

요즘 AAA 게임들이 추구하는 세 가지 요소

"스케일, 디테일, 자유도"에 대해 이야기했잖아


발더스 게이트 3은

스케일, 디테일, 자유도 이 세 요소를 모두를

다른 게임들의 몇 배로 제공해



image.png [LIST] 30대 중반 아지매, 인생 게임 TOP 10 푼다
(이 맵조차 액트3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1. 스케일


내 경험만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사람들이 하도 액트 1 2 3 하길래 언더다크가 액트2인줄 알았지..

할신이 문라이트 타워 어쩌구 할 때 케드릭이 엔딩보스인 줄 알았지

그때도 "오 스케일 쩌는 게임이다" 했지

ㅅㅂ 발더스 게이트는 그냥 시리즈 이름이라 붙여놓은 줄 알았지

그렇게 엔딩을 보고서야 나는 무서운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나는 1트에 게임의 20%도 흩지 못했다




2. 자유도


"초반에 나오는 고블린? 죽이던가 말든가 말빨로 넘어가던가.

죽일거면 밀어 떨어트리던가 폭발물로 죽이던가

은신해서 끔살하던가 독살하던가 거미 밥으로 주던가.

그쪽 편을 들던가 아예 스킵하던가

뭐 알아서 하쇼


시작하자마자 모든 동료 죽이고 시작하든, 불살 플레이를 하든

A다음 바로 Z하고 공중제비돌고 백스탭하고 B하든

뭐 알아서 하쇼


그래도 게임하는데 문제 없으니까요 ㅎㅎ"




3. 디테일


"근데 어떤 변태새끼가

A다음 바로 Z하고 공중제비돌고 백스탭하고 B할 경우를

미리 대비해서 대사까지 만들어놓음?"

하지만 아아 발더스 게이트 3,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컷신 재생)




GOAT 타이틀.. 받아야겠지?


image.png [LIST] 30대 중반 아지매, 인생 게임 TOP 10 푼다
(스벤 빈케 대표님 옥체 건강하시고 부도만 나지 마시고 120살까지만 게임게 해먹어주세요)




덧붙여서..

나는 발게3을 매우 리스펙하는 이유가


"겜덕후들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타협하지 않았다"

이게 너무 피부로 와닫았어




막 90년대, 게임판이 아직 무법판이었을 때 있잖아

RPG 게임을 하다 보면..

개발자가 일단 자신이 재미있을 것 같애서

존나 신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거든?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을 떄가 많았어

그런데 막 이상한 부분에서 디테일이 변태같을 때 있고. 애정이 느껴지고.

이건 딱 누가 봐도 아무도 캐치 못할 것 같은데

개발자가 신나서 넣어놓은 게 눈에 보이고..


난 그런 순간들이 좋았어. 나도 겜덕후니까




그런데 갈수록 개발사들이 체급이 커지고 

AAA 게임 하나에 들어가는 돈도 늘어나다 보니..

요즘 AAA게임들은 개발 과정에서 쉼없이 최적화와 타협을 하는 것 같아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결과물은 좋을 떄도 많은데

느껴지니까 아쉬운거지


나는 이게 해소되지 않는 갈증으로 발현되서

요즘에도 스팀에서 1인 인디게임 다운받고

GOG에서 굳이 고전게임 찾아보고 하는 것 같애




근데 발더스 게이트 3을 플레이하는 내내 꽉 막힌 고집이 느껴졌어

우린 존나 개쩌는 게임을 만들거라고.

사소한 선택지 하나도, 지나가는 NPC 한 명도

내가 게이머라면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까 고심해서 만든 흔적이


자유도? 나 울티마 7 진짜 재밌게 했었는데 우리 자유도 엄청 높여버리자

디테일? 넣어 ㅋㅋㅋㅋ 내가 게임하는 입장이면 엄청 신기할 듯

스케일? 야 내가 처음 발더스 게이트 2 했을때 개쩔었는데..

일단 그렇게 만들자 돈 드는건 나중에 생각하고..


"나 이런 게임 꼭 만들고 싶었어. 타협 안 해"





- 발더스 게이트 3이 완벽한 게임인가?

난 아니라고 봐

- 발더스 게이트 3이 AAA게임의 새로운 척도가 되었는가?

난 그랬으면 좋겠어





게임은 이래야지. 이래야 게임이지.





한줄요약: 언젠가 베댓에서 봤던 표현

"가장 재밌게 해본 게임은 아닐지라도 가장 위대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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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림월드


image.png [LIST] 30대 중반 아지매, 인생 게임 TOP 10 푼다

림월드

얼리엑세스때부터 했고 작년 2월 13일에 끊음


샌드박스 기지건설에 심즈를 약간 섞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게임.

Dwarf Fortress를 오마쥬했고 원작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자유도를 자랑.

지나치게 높은 자유도와 디테일, 입문 난이도 때문에

아예 취향이 맞지 않거나, 반대로 제대로 취향을 저격해서 게임 폐인을 양상하고는 함.




글쓴이는 비극적이게도 후자에 속했음




한줄요약: 애증

플레이타임 1위, "내가 이 게임만 안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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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외에도 기억에 남지만 아쉽게도 TOP10에 들지 못한 게임으로는

시간의 오카리나, 파랜드 택틱스 2, 프린세스 메이커 3, 롤, 워크래프트 3, 디스코 엘리시움, 롤러코스터 타이쿤 2


- 레데리2와 싸펑 많이 추천해줄 것 같은데

둘 다 스팀에 묵혀두고 있는데 아직 시작할 엄두를 못 냈음.

한번 시작하면 그대로 인생 2달 날려먹을것같아서..

다음에 시간있을 때 해볼께..


-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 토론은 항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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