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임형철입니다. PL 극초반 베스트 11 + ‘태버니어’ 포지션 실수에 대한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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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형철입니다.

유튜브 ‘이스타TV’ 채널에 올라온 PL 극초반 베스트 11 영상에 대하여

제가 실수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 그리고 왜 이런 실수가 나왔는지, 이번 일을 통해 제가 느낀 부분까지

말씀을 드리고 싶어 글을 남깁니다.

평소에도 여러분들과 자주 소통해왔으면 좋았을텐데,

제가 필요할 때만 이렇게 와서 인사드리는 거 같아 죄송스런 마음이 듭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우선 명백한 제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이유야 어떻든 선수 포지션을 햇갈렸던 건 분명한 제 잘못입니다.

제가 왜 태버니어를 수비수로 햇갈렸는지 저 스스로도 지금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베스트 11을 짰던 과정을 다시 복기해봤습니다.


우선 베스트 11 기준은 한 팀당 많아도 2~3명 이내, 웬만하면 여러 팀 선수들을 섞어서 넣자는 쪽으로 먼저 잡았구요.

지금 시점에서의 리그 베스트 11은 해외 기사를 찾아봐도 참고할 만한 게 없고

축구 통계 사이트(소파스코어, 후스코어드, 폿몹 등)에 나와 있는 평점을 기준으로 베스트 11을 짜자니 통계 사이트 평점에 대해 그동안 나왔던 팬 분들의 아쉬운 반응들(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 + 제가 직접 본 경기들도 꽤 있는데 이런 자리에서 평점만 보고 선수나 리그를 얘기하기엔 제가 투자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 기준으로 삼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제가 본 경기에서 ‘올 시즌 참 잘 한다’ 라고 임팩트를 남긴 선수들을 우선 적고, 그 후엔 경기를 자주 보지 못 한 팀이더라도 하이라이트나 클립, 혹은 언론 분석 기사를 통해 얻은 임팩트가 남아 특정 포지션을 언급했을 때 딱 먼저 떠오른다 싶은 선수들을 적기로 했습니다.

비교를 하기 어려운 선수들은 소파스코어 평점이나 스탯을 비교하며 더 괜찮게 기록이 찍힌 선수들을 픽했습니다.


왜 팀 밸런스를 고려하냐는 질문을 해주시는 분도 계셨는데요.

워낙 이른 시점의 베스트 일레븐이라 뽑기 전부터 너무 부담이 됐습니다.

한 시즌을 온전히 보면 그래도 잘한 선수, 못한 선수 윤곽이 나뉘고

순위표도 초반보다는 팀 별로 성적의 차이가 커서 비슷한 선수들끼리 비교할 때는 더 좋은 성적을 낸 팀의 선수를 고르면 되니 비교하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느꼈죠.

제가 뽑은 베스트 일레븐을 다른 해외 패널, 언론사가 뽑은 베스트 일레븐과 비교하며 제가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피드백하기도 좋구요.

시즌 극초반 베스트 일레븐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없고, 팀이나 선수 간 차이가 크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리고 적은 경기만 보고 선수 활약의 우열을 가리기가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 어려운 일이라 생각해서)

웬만하면 여러 팀에서 2~3명 씩 뽑는 게 논란을 줄이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리버풀 팬이라 혹시 리버풀 쪽으로 선수가 쏠리게 되면, 편파 논란이 일까봐 + 조명하고 싶은 다른 팀 선수들이 조명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질까봐 사린 것도 맞습니다.


그렇게 공격수부터 2선, 3선, 키퍼, 수비 순으로 기준에 맞는 선수들을 쭉 적고보니

좌우 풀백만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풀백은 생각나는 선수가 딱히 없었습니다. 처음엔 소파스코어 평점 중 가장 높은 선수를 픽 해야하나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통계사이트 평점에 간혹 오류가 있다는 반응들이 나왔던 게 생각나 평점만 보고 베스트 선수를 추려선 안 된다고 생각을 했고, 다시 (다른 포지션처럼) 제가 본 경기들에서 임팩트를 남긴 선수, 혹은 경기를 많이 보지 못했더라도 전해지는 활약상이 충분히 임팩트를 남긴 선수 위주로 가는 게 취지에 맞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반더벤이 최근 경기에서 보여준 커버, 득점 장면이 생각나 이 정도의 임팩트면 비록 센터백이지만 자리를 하나 만들어서 넣어줄만하다고 생각해 왼쪽 풀백에 배치했구요. 오른쪽 풀백 자리도 (반더벤처럼 그냥 센터백을 배치하기로 하고) 코나테, 반다이크, 살리바 등 / (만약 정통파 풀백으로 간다면) 귀스토, 팀버, 포로 / (좌우 구분을 무시한다면) 그바르디올 등을 고민해봤는데 리버풀, 첼시, 아스날 소속 선수는 이미 다른 포지션에 포함된 선수들이 몇 명 있어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포로는 브라이튼전에 보여준 실수들이 생각나 지금 시점에서 넣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때 마즈라위도 고려했지만 현재 맨유의 팀 성적이 애매하고 혹시 제가 덜 챙겨본 팀의 소속 선수가 마즈라위보다 나은 활약을 했을 수 있으니 여기서 좀 더 찾아보자고 생각하고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선 다시 소파스코어에 오른쪽 풀백만 정리되있는 평점 순위를 쭉 봤는데 좀처럼 꽂히는 선수가 없어서(원래였다면 귀스토, 팀버, 포로 등이 당연히 눈에 들어왔겠지만, 위의 이유로 제외… 아마 제 머리 속에 임팩트가 남아있는 선수들을 일부러 제외하니 다른 선수들이 눈에 안 들어왔겠죠) 다시 머리 속이 하얘졌습니다. 그러면 소파스코어 말고 다른 통계사이트를 봐보자는 생각에 후스코어드 프리미어리그 페이지로 들어가 선수 통계를 눌러봤고, 오른쪽 풀백 포지션만 나오게끔 했어야 됐는데 ‘여기 평점은 소파스코어랑 다를 수 있으니 내가 놓친 선수가 없게 다른 포지션 점검도 할 겸 전체 선수를 쭉 봐보자‘라고 생각해서 상위 페이지에 있는 선수들을 쭉 훑어보고 제가 기존에 적은 베스트 11에 없는 선수들을 포지션 별 구분 없이 쭉 나열해서 적었습니다. 이 목록을 보다가 ‘어 이 선수는 들어가야 되는데’ 생각이 드는 선수가 있다면 풀백이 아닌 다른 포지션의 베스트 11도 고민해보기 위함이었죠.


이때 후스코어드 평점 기준 59위 마커스 태버니어랑 60위 제임스 저스틴을 봤는데, 전에 봤던 소파스코어 평점 페이지에서도 이 두 명을 봤던 느낌이 들어서 스탯이 괜찮나보다 생각해 일단 적어놓자고 생각했습니다. 저스틴? 오른쪽 풀백이니 괜찮겠다 싶었다가도, ‘내가 본 레스터 경기에서는 크게 임팩트가 덜했던 거 같은데(레스터 경기를 올 시즌 초반 위주로 보긴 했었습니다)’. 내가 못 본 경기 활약이 있을 수도 있으니 스탯을 보자 -> 어 2골이나 넣었었나 -> 아 맞다 아스날전에 넣었다고는 들었어 -> 근데 한 경기 2골이라 스탯이 높다는 이유로 뽑기엔 리스크가 크겠네‘ 이런 순서로 생각하면서 결국 저스틴도 보류했습니다. 그때 순간 저스틴 바로 앞에 적은 태버니어가 후스코어드에 ‘D(CLR)’이라고 적혀있었던 거 같다고 착각을 했습니다. 제가 좀 더 꼼꼼했었다면 ‘CLR’로 적힌 걸 떠올리고 ‘제임스 태버니어라면 D(R)만 적혀있었을 텐데 이상하다’ 라고 생각을 했겠지만, 그 때는 풀백을 찾아도 찾아도 후보가 나오지 않았던 거 때문에 답답함과 조급함만 커져서 후스코어드에서 제가 잘못 보고 기억한 걸 진짜로 받아들이고 ’아 이 태버니어도 풀백이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태버니어 형제는 레인저스에서 뛰는 태버니어는 풀백, 본머스에서 뛰는 태버니어는 윙 내지는 공미가 맞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순간 후스코어드에 ’수비수‘로 표기되었던 걸 봤다고 생각을 해버리니까 저도 모르게 레인저스에서 뛰던 태버니어가 본머스 태버니어라고 생각을 했던 거 같습니다.


IMG_0037.jpeg 안녕하세요 임형철입니다. PL 극초반 베스트 11 + ‘태버니어’ 포지션 실수에 대한 피드백


태버니어가 두 명이고, 제임스 태버니어가 레인저스에서 뛰는 오른쪽 풀백, 마커스 태버니어가 본머스에서 뛰는 윙 내지는 공미라는 점을 모르고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즌 중계한 경기 자료에도 제가 포지션 별로 명확하게 분류를 해놓았고, 두 팀 경기를 중계할 때도 ’서로가 형제고 포지션은 풀백과 2선 공격 자원으로 다르다’라고 멘트로 설명할 만큼 분명 평소에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거든요. 극초반 베스트 11을 짜면서 워낙 풀백 자리에 대해 막막하기도 했고, 후스코어드에서 보고 넘어간 걸 제가 잘못 기억해 마치 ‘후스코어드에 수비수로 적혀있었다‘ 라는 듯이 생각했고, 그러면서 그 태버니어가 레인저스 태버니어인지-본머스 태버니어인지 구분할 생각은 안 한 채 그냥 둘의 프로필을 하나로 합쳐서 “이 태버니어 풀백이니까 넣어도 돼”라고 판단을 해버렸습니다. 제가 조금 더 꼼꼼했다면 분명 예방할 수 있었던 실수였습니다. 후스코어드에 정말 수비수로 적혀있던 게 맞는지 한 번 더 확인이라도 해봤다면, 본머스 태버니어의 포지션을 한 번이라도 찾아봤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태버니어를 검색해 스탯을 찾아보긴 했는데 폿몹으로 들어가 바로 경기 탭을 누르고 최근 경기들의 평점과 스탯이 어땠는지 보고 ’이 정도면 괜찮네‘라고 판단하고 닫아버렸습니다. 폿몹은 선수 프로필을 검색한 뒤 스크롤을 좀 내려야 그 선수의 포지션이 뜨는 방식이거든요. 제가 확인해봤어야 할 내용을 스스로 간과하고 있었던 거죠.


영상 촬영 전에 베스트 11만 메모장에 띄워놓고, 주헌이형이 ‘형철아 아놀드는 어떠냐?‘라고 물어보셔서 제가 ‘아 아놀드는 제가 기준이 엄격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제 기준에는 기대보다는 좀 아쉬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놀드의 현재 폼이 어떤지, 이걸 이적설 얘기랑도 잘 연결해서 말하면 더 재밌지 않겠냐‘고 얘기 드린 뒤 정말 오른쪽 풀백 얘기 때 아놀드에 대한 썰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태버니어 얘기를 어떻게 할지 더 생각하면서 진작 알아챘어야 했는데 순간적으로 영상의 재미를 어떻게 살릴지만 생각했습니다. 이 또한 제 판단 실수입니다.

IMG_0038.jpeg 안녕하세요 임형철입니다. PL 극초반 베스트 11 + ‘태버니어’ 포지션 실수에 대한 피드백IMG_0040.jpeg 안녕하세요 임형철입니다. PL 극초반 베스트 11 + ‘태버니어’ 포지션 실수에 대한 피드백

(당연하지만 본머스, 레인저스 중계 자료에 두 선수 포지션은 늘 명백히 적어놓았었습니다)

(평소 풀네임을 적지 않았던 건 뒤에 붙는 선수에 대한 내용에 따라 줄이 두 줄, 세 줄로 길어지면 중계 중 바라보기에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내용을 줄이다보니 그랬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명백한 제 실수입니다. 제가 꼼꼼하지 못했고 성실하지 못했습니다. 일요일이라 일하면서 휴일을 다 보낼 순 없다는 생각에 ’연락 받은 일들은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도 앞섰던 것 같습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어떤 영상을 찍더라도, 중계를 하더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저 스스로는 더 꼼꼼히 내용을 검수하고 알아볼 수 있도록 신경쓰겠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 역시도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적인 원인이 ‘저의 불성실함‘ 이외에 무엇이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해봤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베스트 11 선별 기준이 문제였습니다.

극초반 베스트 11이 전반기 베스트 11이나 시즌 종료 후 베스트 11을 짜는 것보다 어려운 일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잘하는 팀의 잘하는 선수를 뽑으면 될 것을 괜히 ’팀 밸런스‘를 신경쓰는 기준은 명백히 잘못된 기준이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팀 밸런스를 신경쓴다고 하면서, 공격수와 2선을 다른 포지션보다 먼저 적고 그 뒤에 키퍼와 수비를 적는 방식으로 베스트 11을 구성했습니다. 이런 순서로 일을 진행하면 공격과 미드필더에서 선수가 많이 뽑힌 팀의 수비수는 ’팀 밸런스‘ 문제로 선택을 못 받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반 다이크, 코나테를 이 이유(+제가 리버풀 팬이라는 이유)로 제외했는데 만약 순서를 수비수부터 진행했으면 둘 중에 한 명은 들어갔겠죠. 짤 때마다 선수가 달라질 수 있는 이런 베스트 11이 어디 있나요. 처음부터 기준 자체를 잘못 잡은 제 실수입니다.


그동안 베스트 11 콘텐츠를 여러 번 찍었으면서 왜 이런 실수를 저질렀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반기 결산, 시즌 결산에 나오는 베스트 11은 다른 해외 매체의 베스트 11을 참고할 수 있다보니 그동안은 처음에 잡은 제 기준이 틀렸더라도 나중에 다른 매체의 자료를 비교하면서 수정-보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베스트 11은 극초반이다 보니 그러지 못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베스트 11을 그동안 이런 기준으로 생각하고 짰습니다. 이전에 제가 공유한 다른 주제의 베스트 11도 꽤 많은 피드백이 있었는데, 저는 ‘베스트 일레븐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내 픽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게 당연하다’는 말만 믿고 ‘저와 다른 의견도 있구나’ 라고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제 베스트 11에 대한 기준이 완전히 엉망이었음을 이번 일을 통해 고백합니다. 완전히 잘못된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물론 팀 밸런스는 그 때 그 때 고려하지 않은 베스트 11이 있긴 했습니다. 한 팀이 특정 대회에서 너무 압도적이었을 때는 그랬죠. 선수의 경기를 보고 저에게 남은 주관적 임팩트를 늘 판단의 우선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다시 돌아보니 제 베스트 11은 기량이 갑자기 발전한 선수, 특정한 장점이 워낙 많이 부각되는 선수(제 개인적인 기준에 따르면 킥-저는 예전부터 킥 잘 차는 선수를 고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들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슷한 콘텐츠 주제가 잡혔을 때, 어떤 기준으로 베스트 11을 짤 건지 생각해야 되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직접 본 경기에서 느꼈던 임팩트를 늘 베스트 11의 기준으로 삼았던 건, 제가 이 경기를 봤다는 걸 여러 사람들로부터 좀 더 인정받고 싶어서였던 거 같습니다. 동시에 경기를 충분히 보지 않고 선수에 대한 판단을 내렸을 때의 위험성을 알고 있어서 더 그랬습니다. 올해 초 라우타로와 관련된 이슈가 그랬죠. 제가 2022-23 시즌까지는 세리에A 중계를 들어갔는데, 2023-24 시즌은 챔피언스리그 중계를 이유로 밀란 경기를 전반기 때 시청했던 것 외에는 세리에A와 연이 닿을 일이 없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시기는 프리미어리그 중계는 물론, AFC 아시안컵 입중계 때문에 PL과 (상대적으로 낯설었던) 아시아 축구 자료를 모으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세리에A 선수의 상황을 얘기해야 되는 자리에서 하지 말았어야 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전까지 생각했던 라우타로의 이미지 만으로 멘트를 풀었습니다. 이 역시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 이 때 이후로는 최대한 경기를 보고 방송에서 멘트를 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라고 생각해 (기계적으로 멘트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 or 방송의 흐름상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웬만해선 자주 보지 않는-혹은 중계를 맡고 있지 않는 리그에 대해서는 함부로 아는 척 하지 말자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래서 2024-25 시즌이 되면서부터는 저에게 더 엄격해지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시간을 더 투자해 더 많은 경기를 보기로 했죠. 운전을 하면 하루에 경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급격하게 줄어서 그 시간을 늘리고자 주중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면서 풀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제가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지 않아 중계 준비 때문에 보게 되는 경기 외에도 봐야될 경기가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이전까지 중계하지 않았던 분데스리가 팀들을 빠르게 공부해야 되니 우선적으로 분데스리가를 챙겨보고, 시간이 되는대로 방송에서 소화해야 되는 프리미어리그 중계도 챙겨보자는 게 그 이유였죠. 저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을 이용해 풀경기를 보고 난 뒤 팀과 선수에 대해 메모앱에 적어놓는 습관이 있습니다. 올해 8월 중순 개막 후부터 지금까지 제가 시간 날 때마다 풀경기를 보았던 경기의 리스트는 사진과 같습니다. 원래는 지금보다도 분데스리가, 프리미어리그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었지만, 시즌 중 중계하게 되는 대회들이 점점 추가되면서 (EFL 챔피언십, (카라바오컵의 경우)리그 1, 에레디비시,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 월드컵 남미지역예선) 두 리그를 보기로 한 시간이 제 생각보다 많이 다른 리그로 분배되긴 했습니다. 지금은 무조건 중계를 맡은 팀들의 경기가 우선이고, 방송에서 다루게 될 팀들의 경기도 그 때 그 때 꾸준히 시청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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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모에 직관 간 경기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클립으로 보거나 하이라이트로 본 경기도 제외되어 있습니다)

(제가 멀티태스킹이 됐다면 참 좋았을텐데, 동시에 두 경기를 틀어놓고 시청하는 건 차라리 한 경기를 집중해서 보는 것보다 좋지 않은 결과물만 남아서 그 때 이후로 두 경기 동시 시청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물론 더 많은 경기를 봤다면 좋았겠지만, 저도 체력이 떨어질 때가 있고 저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야 할 때도 있었고, 다른 스케줄이 겹치는 일들도 많아 지난 두 달 동안 딱 이 정도의 경기만 시청했습니다. 이전보다 보게되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제가 본 경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제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는 점을 깨달았고 저도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방송에 대한 혹은 중계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졌습니다. 직접 본 경기를 토대로 공부를 해 방송하는 것이 얼마나 재밌고 좋은 일인지 알았기 때문에, 베스트 11을 짤 때도 무조건 제가 본 경기-제가 본 장면의 임팩트가 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 동안 지금과 같이 생활해보면서 발생한 추가적인 고민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제가 시간 상 팔로우하지 못 하고 있는 리그에 대한 방송은 지금도 고민이 큽니다. 제가 (방송 흐름 상 필요할 때) 어디까지 얘기를 해야 되는건지, 단순히 스탯만 보고 얘기를 하는 것이 이 리그나 팀을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이기에 제 스스로 빨리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할 거 같습니다.

두 번째로 아무리 시간을 쏟고 투자해도 제가 중계를 맡은, 제가 좋아하는 리그의 전 경기는 볼 수가 없다는 겁니다. 하이라이트, 클립을 통한 시청은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저는 계속 풀 경기로 공부하는 방법을 고집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자주 팔로우하지 못하는 팀과 팔로우가 되는 팀에 대한 자료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분데스리가나 프리미어리그를 보면서도 이런 차이가 느껴질 때마다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이번처럼 베스트 11을 짤 때인데요. 아무래도 제가 본 경기, 장면을 우선시해 명단을 짜다 보면 당연히 제가 자주 경기를 본 팀의 선수와 그러지 못한 선수에 대한 자료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제가 자주 경기를 본 팀의 선수가 유리하게 평가될 여지가 있다는 게 신경쓰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베스트 11에서는 제가 경기를 자주 본 팀의 선수들만 픽이 되지 않게, 경기를 자주 보지 못 한 팀의 선수를 위한 자리도 만들어줘야 함을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원래의 베스트 11 평가 기준도 모호했는데, 여기에 신경써야 할 게 더 많아진 셈이죠. 이것저것 기준과 조건을 들이민 베스트 11은 결국 선수가 모이면 모일수록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제가 경기를 자주 보지 못한 팀의 선수에 대한 평가 잣대는 어떻게 가져야 하며, 제가 자주 본 선수들과는 또 어떻게 비교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은데요.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않은 채 어영부영 이번 베스트 11을 작업했던 거 같습니다.


저는 지금도 축구가 참 좋고 재밌습니다. 그리고 축구 중계의 목적은 늘 축구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위해 올바른 정보, 필요한 정보를 시기에 맞게 전달드리는 게 늘 중요한 작업이라고 여깁니다. 그것이 해설위원의 존재 이유라고도 생각합니다.

때때로 더 많은 걸 공부하고 싶고, 더 많은 걸 알고 싶지만 그럴수록 이 일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보다 선배인 해설위원 분들은 어떻게 이런 고민을 극복하시고 지금의 위치에 오르신 건지,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자리에 오르시게 된 건지 제가 직접 이 일을 해보니 그 분들이 얼마나 대단하신지가 느껴져서 차마 따라갈 엄두 조차 안 납니다. 저는 아직 부족하고, 배워야 할 게 많으니까요.


겉으로는 늘 축구가 왜 재밌는지, 얼마나 재밌는지를 많은 분들께 전달하기 위해 밝은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속으로는 이 직업의 정도가 무엇인지를 꾸준히 탐구하고 고민하고 쫓아가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해설위원이 되도록 지금보다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정도의 끝이 과연 있을싶지만, 끊임 없이 그 방향을 추구하고 노력한다면 저에게도 지금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일로 제 스스로에게 저도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많아 장문의 글을 남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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